fx-3 일대기

2004. 9. 23. 21:23일상기록/별 볼일 없는 이야기

야시카 fx-3가 내손에 온지 근 6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사진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거는 이 녀석을 만나고부터 라고할수 있겠다. 아직도 내 주변의 사진기 같은 사진기는 이 한대뿐이고(디카제외), 사진도 꽤나 만족스럽게 만들어 주는 녀석이다.

사진 1 : 4월 어느날에 동대문 풍물시장에서 9만원에 엎어온 놈. 이때까지만 해도 참 깨끗하다고 생각했다.

사진2 - 빨간내복으로 옷을 바꿔입고 이쁜 젓가락 그립을 단fx-3, 이때부터 이놈의 수난이 시작된다.

막상 카메라가 갖고싶어 컴퓨터 부품을 팔아치우면서 까지 샀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은 그냥 그랬다. 뭐랄까. 내손에 카메라가 있는게 당연하다는것 같은?

사실 야시카와의 인연은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고 slr이란 카메라가 갖고 싶어 무턱대고 중고 가전 제품매장으로 가, 눈 여겨 봐뒀던 fx-d와 ml50 1:2 를 11만원을 주고산다. 그때는 필름실을 어떻게 여는지도 몰랐고, 조리개, 셔터스피드는 커녕 감도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자동만 알던 나에게 그야말로 엄청난 숙제가 내려진 샘이었다. 우여곡절끝에 필름실 여는법을 알게되고(알게 되었을때 정말 허탈했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찾았었는데...인터넷을 보니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노출도 알게되었으며, 한롤을 찍고 한장도 안나온걸 보며 사진관 아줌마를 통해 감도 설정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

그 후 fx-d는 나에게 단 한롤만 더 남긴체 떠나게 되었다. 문제는 일으키는 조리개 우선모드(그때는 그게 자동인줄알았다)... fx-d를 나에게 넘겨준 중고매장에 가서 두번이나 고쳤으나 이상하게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내가 사용할줄을 몰랐던건지... '사진은 무슨 사진, 공부나 하자.' 라는 어이없는 생각으로 fx-d를 팔아먹었다. 근데 진짜로 고장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만약 고장난 카메라를 팔아치운거면 난 영락없이 장터 블랙 리스트니...두렵다.



사진 3 - 표준렌즈를 구입하고 기쁜 마음에 찍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빨간색 내복은 강렬하다.

나의 fx-3는 주인을 잘못 만난탓에 수많은 기스와 본드 자국을 안게 된 비운의 카메라다. 그놈의 주인이 허구한날 공셔터 날려대고 나사 풀어헤쳐 뜯어대고 레자를 벗겨내니 이놈도 참 힘든가 부다. 하나둘 고장이 나기 시작..

사진4 - 돈절약을 한답시고 페트병을 잘라 후드를 만들어 주고 얼씨구나~ 하면서 아크릴을 잘라 색 보정용 필터까지 달아줬다.

나무젓가락 그립과 빨간내복 이라는 멋지고 튀는, 그야말로 신세대 감각에 맞는 옷을 입혀줬으나 금방 싫증이... 정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fx-3, 이놈 참 내가 생각해도 불쌍한 인생이다. 마치 일본이 조선을 통치한듯, 한국인이 일본 회사 카메라를 놓고 실험하는 이치다.

결국은 친구집앞에서 눈여겨 두었던 나무 쪼가리를 가져다 새로 그립을 만들고 다이어리를 뜯어 겉에 옷을 입힌후 fx-3에 달아줬다. 그립을 만들고 나서 그 쾌감이란...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 내 방은 톱밥가루로 가득했고 내 손에는 엄청난 나무가루와 목은 따갑따갑~해서 그야말로 진정한 폐인의 모습이었다.

사진5 - 그립을 새로 만들어 달아준 fx-3, 레자도 블랙으로 다시 교체했다. 빨간 내복의 재료로 멋도 부려줬다.

사진6 - 후드는 비네팅이 생기는거 같아서 조금씩 자르다가 결국 다 짤라묵었다. 우째... 절망스러웠다.

사진7 - ml50mm와 함께

카메라 뽐뿌도 심했지만 나에겐 렌즈 뽐뿌도 적잖히 엄습해왔다. 결국 나는 애지중지 하던 ml50 1:2와 mc35-70mm 1:3.5-4.5를 팔아치우는 만행을 저지르고... 남대문에 가 dsb55 1:2를 사버렸다. 남대문에서 카메라샵이 어딨는지 잘 못찾아 헤매다가, 딱 한군데 봐서 들어갔는데 있었다. 바로 전에 어떤분이 fx-3와 dsb55 렌즈를 팔고 가신것이었다.

사진8 - dsb55mm 1:2 를 사고나서

하지만 하늘은 나에게 무심했다. 애써 산 dsb55는 곰팡이가 가득한 렌즈였던것이었다. 샵에서는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알수가 없었다. 거참... 결국 주말에 다시 찾아가 수리를 했다. 물론 공짜로...돈 받으면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할라 그랬다..-_-;

dsb의 색감은 정말 맘에 들었다. ml에서 느낄수 없는 강한 콘트라스트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날로 나는 바로 dsb와 야시논의 팬이 되어버렸으니. 이미 잡을수 없이 내 마음깊숙히 도망가버린 장비 뽐뿌는 하루에도 열번씩 나를 미치게 만든다.(비싼 물건 뽐뿌아니여서 다행이다..하지만 나에게는 단 1만원도 아까워 죽겠다..ㅠㅠ 학생이 돈이 어딨는가!!)

사진9 - 현재의 fx-3, 처음 사왔을때의 사진과 비교해봐라. 폐기계 다됐다...
장전 부분도 문제있고, 노출선도 끊어져 대충 테이프로 붙여놨지만.. 아직도 내 메인은 메인이다. 시험끝나고는 고장난 fx-3나 fx-7 바디를 구해 이놈을 중형 포맷처럼 위에서 보고 찍을수 있도록 개조해볼 생각이다. 물론, 고장난 바디를 못구하면 무모한 작업은 하지않는다 -_-;

다음은 내가 여태까지 찍은 사진을 쭉~ 올려보겠다. 괜시래 시험공부하는데 집중이 잘안되서..문득 써보고 싶어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