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2004. 10. 5. 15:10ㆍ일상기록/별 볼일 없는 이야기
아직 고2인 싱싱한 나이에 무슨 그때 그 시절이겠냐마는..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며 그리워 하는것이 모든 사람의 심리이지 않나 한다.어린시절의 큰사고는아픈기억이지만, 그마저도생각하며 웃을수 있는것이 진정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나역시 어린시절에 큰일을 치뤄야했고, 기억해내면 아픈기억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피식하고 웃을정도까지는 되어있다. 나는 이상하게도 현재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잘 적응하는편이라 약간 뒤떨어진 삶을 살가는것만 같다.
사진이 찍고 싶어 몇달전에 학원을 빠지고,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하남시는 내 옛향수를 자극하는 그런곳이었다. 그곳에는 한가로운 꽃농가들과 낯익은 주택들이 간간히 있었고, 어렴풋이 풍겨오는 소똥냄새와 개짖는소리가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사는곳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지만, 항상 올때마다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멀리 지방으로 여행을 온 느낌이다. 이런 작은여행에 나의 소중한 fx-3와 ml50mm 1:2 렌즈를 들고갔다. fx-3는 작고 가벼워 어디를 가나 휴대하기 편한, 싸고도 좋은 그런 카메라로, 옛 fx-d 시절의 손맛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사진을 찍던 나의 눈에 한가지 정겨운 풍경이 포착됐다. 바로 연탄들이었다. 자기 숨을 다해 활활타오르다 결국 검은놈에서 흰살을 드러낸 놈들. 어렸을적 삼전동에 살때도 연탄을 썼었는데, 그시절 엄마손잡고 연탄 받으러 가는게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연탄을 담을수 있는 빨간 체크무늬 통과, 연탄을 집기 위한 검은 집게, 그리고 겨울에 뿌려지는 하얀 잿가루까지... 비록 내가 본 하남시의 녀석들은 비닐하우스의 보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나를 흥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연탄을 찍기위해 질퍽한 흙길도 마다하고 들어갔다가, 빠져서 못나오는줄만 알았다.
- 오른쪽 흙길에 자전거바퀴자국이 좌악~ 나있다. 빠져나오느라고 힘좀썼다.
- 저 멀리서 올라오는 산 안개와 짹짹거리는, 이제는 도시에서 보기힘든 참새들. 모든것이 정겹고, 사랑스러웠다. 그들도 언젠가 편안하게 자신들의 낙원을 찾아 행복히 살거라 믿는다.
다른곳에 가서도 촬영을 해야했는데 들고간 필름이 달랑 한롤이라 하남시에서 많은 촬영은 하지 못했다. 짧은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어느 여행보다도 나에게 주는바가 많았고, 잠시나마 사진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수 있었던 시간같다. 하남시에 다녀온지는 몇달됐지만, 문득 그때의 기분이 그리워 이렇게 나마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