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버스

2004. 12. 14. 11:07일상기록/별 볼일 없는 이야기


집에 돌아오는 371번 버스안에서...

'아저어씨, 나 이거어좀 가져가도되요오?...'(영수증)
'응, 가져가. 다 가져가도 돼.'

'어디 갔다와?'
'어데 좀 갔다와요.'
'집에 가는거야?'
'네에.'

'아저어씨. 이거어 구의삼거리가요?'
'구의삼거리? 안가는데~?'
'그럼 어데가요?'
'이거? 음..금강산 가는거야.'
'금강산이여?'
'응, 금강산'

...

'아저어씨이, 구의삼거리이는 안가여?'
'금강산 간다니까~ 금강산 갈거지?'
'(끄덕끄덕)'
'결혼했어?'
'아녀. 헤헤.'
'몇살인데?'
'스물 아홉쌀.'
'결혼해야지! 뭐 일하는거 있어?'
'아녀. 헤에..'
'하는게 있어야지 결혼을 하지~ 뭐먹고 살라고.. 군대는 갔다왔어?'
'네에..'
'어디서 근무했어?'
'여의도 방위'

...

'구의삼거리 아직 아니에여?'
'구의삼거리? 음... 안간다니까~ 금강산 가는 버스여.'
'헤에. 집에 가야되는데..'

...

'금강산 못가겠다! 시간이 좀 있으면 금강산 갈라그랬는데~시간이 없어서 못가겠다~ 밥은 먹었어?'
'아녀어.'
'내가 구의삼거리에서 세워줄테니까, 10시까지 쫌만 기달려. 내가 퇴근이 10시거든? 내가 집에 바래다 줄게.'
'네에.'
'꼭 기다려야 해?'
'네에..'
'얼렁 내려~ 구의삼거리야~ 이따봐~ 기다리고있어!'
'네에.'



- 371번 버스기사 아저씨와 내 반대편 자리에 앉은 어느 지체장애인과의 대화... 그들의 대화를 듣는순간 나도모르게 머리속에 그들의 대화를 세기고, 잊을까해서 핸드폰에 저장을 해두었다. 사진은 버스안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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